옷과 살갗 사이 Between Gewant und Skin


지난 달 열린 작가 오용석의 개인전<사랑에는 이름이 없다> 전시장 한쪽 벽면에는 회화작품들과 낱장의 출력물들이 뒤섞여 있었다. 각종 미디어에서 수집한 이 이미지와 자료들을 훑어보며 작가의 감정과 마주하는 것 같은 내밀한 느낌을 받았다. 도착적인 게이 포르노 이미지들, 영화 용어 해설 텍스트, '40년 동거한 여고 동창생의 비극적인 죽음'에 관한 기사등 작가에 대한 단서 같은 자료들이 흩어져 있다. 그 사이사이에는 형광 보랏빛 얼굴을 그린 <XXX : Masquerade>, 흘러내리다가 굳은 반투명한 연분홍빛 액체의 흔적에서 두 남자의 형체가 엿보이는 <XXX : Tattoo>, 열대우림 같은 수풀 위에 샛노란 물감이 분출된 <쾌락 시퀀스 프롤로그 #2> 등 감정과 욕망이 덩어리지거나 폭발하는 듯한 회화 작품들이 걸려 있다. 작가 오용석은 자신의 회화 작업이 "옷과 살갗 사이"와 같다고 말한다. 야릇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이 '사이'는 일상에서 우리 피부와 가장 맞닿아 있으면서도 그렇다고 늘 인지하는 것은 아닌 미묘한 경계다. 그의 회화는 이처럼 쉽게 선 그을 수 없는 경계와 관계성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 '이야기'는 작가의 단편 소설들에서 더욱 확장된다. 탄탄한 서사를 갖고 있다기보다 자신의 작품에 쌓아 놓은 감각을 언어로 풀어놓은 것 같아 사뭇 이미지적이다. 이번 개인전 제목과 동명의 소설에서 "관능은 신체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신체가 발아시킨 아름다움에 대한 기억이라는 것을. 그것은 찰나에 가깝고 시간에 대한 이야기나 감각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요."라고 쓴 것처럼, 그의 회화와 소설은 물리적 신체를 호출하지만 더 나아가 그 신체가 기억하는 추상적인 감각을 깊이 파고든다. 그의 초기 작업은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한 게이 포르노 배우 조이 스테파노, 희대의 살인 사건 피해자 엘리자베스 쇼츠등의 인물을 소재로 삼아, 미지의 문제적 사건이 벌어질 법한 분위기의 장면들을 담았다. 이후 대작 <Holy Night>에 그간 사용했던 이미지들을 어둠 속에서 내파시키듯 응축해 놓고, 죽음과 사건에 대한 풍경에서 관계성에 관한 이야기로 화제를 전환했다. 작가는 현재의 작업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아직 터널 안에 있지만, 앞에 보이는 환한 빛을 향해 이 터널을 뚫고 나가는 것 같아요." 


탁영준 기자 아트인컬처 2015.9월호




XXX : TATTOO, 24cmx33cm, Oil on Canvas,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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