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07에 광주드림에 기고한 글

 

뉴커머, 새로 온 사람, 외지인, 외국인, 이방인, 혹은 새로 시작하는 사람. 광주 안에서 이미 외지인과 현지인의 구도나, 학연에 의한 구도, 기관과 예술가 사이의 구도는 이미 식상할지도 모른다. 식상하다는 것은 이미 해결된 문제이거나 진부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비엔날레·아시아문화전당과 광주의 갈등, 그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광주의 상관관계 등은 꽤나 많은 외부적 요인들 사이에서 아직도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 그래서 오히려 뉴커머의 의미를 좀 더 협소한 범주, 특히 이 지역에서 미술대학을 재학 중이거나 막 졸업한 사람들, 작가든 기획자든 어떤 식으로든 예술계에 입문을 시도하는 사람들에 한정해서 바라보고자 한다.

 

광주는 뉴커머, 새로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곳인가? 이 질문을 짚어가는 것이 먼저이다. 가장 연약한, 소외받을 수 있는 약자에게 좋은 조건이라면 분명 이미 작업하고 있는 작가나 기획자에게도, 외부에서 잠시 정착하거나, 정착하고자 하거나, 정착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역시 좋은 조건일 것이다.

 

광주는 민주화의 성지, 전통적인 야당 성향 등으로 진보적일 것이라는 기대를 만드는 곳이다. 동시에 예술의 도시를 지향하며 국가적인 거대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곳이다. 아트페어, 20년 된 비엔날레, 아시아문화전당, 시립미술관, 광주문예회관, 광주문화재단 등 예술관련 행사와 시설을 모두 갖추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광주에서 예술이 융성하고 있는가? 혹은 예술가들이 모여들기에 가장 편한 곳인가?

이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예술가에 대해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예술가는 정신적으로는 풍요로울 수 있으나, 대부분은 현실 면에서 생활보호대상자 수준일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예술가는 일종의 지표식물 같다. 이 때문에 그들은 가장 규제가 없는 곳, 가장 자유로운 곳, 가장 생활비와 임대료가 싼 곳에 스며든다. 그런 점에서 광주는 타 도시에 비해 충분한 장점이 있다.

하지만, 그 장점을 살리지 못하는 일들 또한 많다. 가령 최근 광주시장의 예술 검열에 대해 기사화된 적이 있다. 현 정권 안에서 검열이란 참으로 비일비재한 일이라, 큰 문제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문제는 광주라는 도시와 예술의 미래에 있어 아주 중요한 사안이다. 광주의 이미지는 국제행사에 몇명의 대형 작가들이 오고 몇명의 관람객이 있느냐에서 발현하는 것이 아니다. 검열로 인해 생긴 상처는 지금까지 기관이나 대형 행사를 통해 나타난 비전문성과 미숙함으로 인해 남겨진 부정적 이미지를 훨씬 초과한다. 왜냐하면 ‘검열’이 행해지는 곳은 절대 예술적인 장소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광주가 가진 매력은 홍길동전에서 등장하는 율도국과 같은 이상적인 이미지이다. 이것은 쉽게 만들어질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우리의 유산이다. 광주가 빛을 발하는 순간은 가장 자유로워 질 때이며, 예술적 자유는 모든 예술가와 예술관련 된 사람들에게 공기와 같은 조건이다.

 

현재, 예술에 대한 정책적 조건도 그렇게 훌륭하다고 보기 힘들다. 적어도 문화와 관광이 통합된 문화관광부 시절이 지났으니 더 이상 문화와 관광을 붙여서 보는 것을 멈춰야 한다. 그렇지만 전반적인 문화정책은 관광을 여전히 중추에 두고 있다. 광주는 이미 훌륭한 문화적 전통이 있는 곳이지만 예술적 관광지가 되서는 안 된다. 관광객을 원한다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전작가의 명작을 사서 일반에 공개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아마 전 세계에서 광주에 올 것이다.

또한, 문화는 예술의 상위개념이며 문화의 영역 안에 들어가지 않는 사람의 행위는 거의 없다. 하다못해 싸는 방식도 문화다. 요컨대, 광주가 다루고자 천명한 것은 예술이다. 문화를 갱신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예술을 포함한 모든 조건이 시스템을 갱신하려고 노력해야 가능한 것이다. 전시를 한 번 한다고 문화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잘못된 관행 특히 예술적 관행을 고치는 것, 대규모 전시와 기구들의 목적과 디테일을 갖춰나가는 것만으로도 문화는 생성된다. 예컨대, 기금의 지원과 정산방식만 바꾸어도, 수많은 사람들이 모일 것이다.

 

현실적이고 미시적인 차원에서 어떻게 가능할 것인지 살펴보자. 뉴커머(들)는 광주에 주어진 예술적 상황을 향유하거나 훌륭한 교육을 받고 있는가. 광주에는 해마다 많은 해외 유명작가들과 큐레이터들이 온다. 엄청난 양의 리소스가 제공되지만 막상 그들의 경험과 역량, 예술적 성취가 제대로 제시되지는 않는다. 전시의 단편만으로 그 작가들과 큐레이터들을 알기에 부족하다. 그 막대한 리소스를 교육적인 리소스로 전환하는 것은 어떤가. 그저 그 작가들과 큐레이터들의 포트폴리오 프리젠테이션으로도 커리큘럼과 국제학교가 만들어질 수 있을 정도일 것이다. 일부러 포럼을 만들거나, 잘 먹이고 관광시켜야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그들의 경험이 교육적 차원에서 학생들에게 자양분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광주 전남 미술대학 재학생이라면 광주비엔날레·아시아문화전당 그 외에 관련 국제 행사에 무료로 입장할 수 있게 하는 것 등 막상 방법을 찾는다면 생각보다 많을 것이다.

우리가 최고의 작가·큐레이터·기획자·교수가 아니라면 당연히 그들이 우리보다 낫게 만드는 것이 모든 사람들의 의무다. 그들이 경쟁력을 충분히 갖추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만약 그렇게 되지 못한다면, 아마 해마다 줄어드는 예산들 대부분을 바리바리 챙겨 해외로 보내는 것이 앞으로 우리가 할 일이 될 것이다. 아마도, 많은 수의 졸업생들이 작가와 큐레이터를 하겠다고, 혹은 다른 지역에 없는 조건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게 될 때, 광주가 자본이 아닌 다른 가치를 바라볼 수 있을 때, 우리가 굳이 부르지 않아도 이상한 뉴커머들이 우리 주변을 득시글거리며 부유하고 있을 것이다.

 

오용석(작가)

 

 

오용석은 2007년 ‘BLOW UP’을 첫 개인전으로 시작하여 현재까지 광주와 서울을 오가며, 작업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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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gjdream.com/v2/news/view.html?news_type=207&code_M=2&mode=view&uid=477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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