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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GE 1-1 : e나라도움의 실체 20170628

e나라도움

 

올 초부터 SNS에서 e나라도움과 관련된 글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보통 보조금을 운용하고 있지 않은 입장에서는, 꽤나 시스템이 불편하게 바뀌었나보다고 막연히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e나라도움은 단순히 있던 관행이 더 복잡하게 변한 것이 아니라, 기금과 보조금이 사용되는 모든 틀을 바꾸는 관리체계이다.

 

“‘e나라도움’을 포기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쓰여진 2017년 4월 19일자 경인일보 공지영 기자의 기사를 보면 미리 시행된 e나라도움이 몇가지 중요한 사실들을 파악할 수 있다. http://www.kyeongin.com/main/view.php?key=20170416010005352

 

우선, 이 시스템을 통해 이미 선정된 사업이라도 진행되기가 아주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굳이 일반적인 비교를 하자면, 직장에서 일하고 급여를 받는 방식이 다음과 같다. 본인이 빵 하나 살 때마다, 쌀 한 팩을 살 때마다, 산다는 확인증을 받아서 스캔하고 올린 뒤에야 회사를 통해 소매점에 계좌이체가 되고, 일정한 분기가 지난 다음에는 다시 자신이 쓴 모든 지출 가계부를 직장에 제출해야 하는 시스템이다. 즉, 급여가 한 번에 지불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소비가 발생하는 순간마다 회사에게 허락을 받고 지불되어야 한다. 이것은 엄밀히 말해 기금, 보조금, 혹은 급여의 개념이 아니라 ‘배급’의 개념에 더 가깝다.

 

물론 기금과 보조금에 기반한 문화 예술 사업을 일반적인 노동 급여와 같은 것으로 파악한다는 것이 무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문화예술과 관련된 노동이 단순히 한 장소와 일정한 시간에 한정된 노동이 아니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현재 이러한 방식은 더더욱 적합하지 않다. 게다가, 기금사업은 불특정 다수에게 그냥 집행되는 것이 아니다. 알다시피, 수년의 경력이 있는 예술단체와 개인(대부분 이미 기금을 받았었고, 이미 정산도 진행한 검증된 예술단체와 개인)이 자신의 사업계획과 예산계획을 작성하고 제출한 것을 1차 서류심사와 2차 면접까지 거쳐서 치열하게 진행한 공모에서 선정되어야 하는 것이다. 즉, 이미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거쳐서 검증한 예술단체와 개인에게 집행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방식은 모든 지출을 검증하려고 한다.

 

그리고 e나라도움을 통해 사용되는 모든 결재수단은 처음에 신용카드였다. 신용카드를 발급받을만한 신용등급이 아닌 경우에는 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 이미 기금으로 지급된 예산임에도 불구하고 신용카드를 통해서 사용해야 하므로 정부(정확히는 e나라도움)-은행간의 실제적인 집행에는 한 달의 격차가 발생한다. 기금이나 보조금이라는 것이 본래 예산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집행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꽤나 의심이 가는 부분이다. 2017년 5월 7일에서야 처음으로 농협에서 e나라도움을 위한 직불카드를 출시했다. 대부분의 예술단체나 개인이 금융권의 신용조건에 합당하지 않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국가의 보조금 체계 자체가 기금을 받는 대상을 다시 계층화하는 것은 복지분야와 문화예술분야에서는 특히나 부적절하다.

 

또한, 사업종료시 기금의 결과물은 다시 재평가된다. 활동을 검증받은 사람들 중에서, 심사를 거치며, 그 계획서와 예산서를 심사에서 선별하여 주고, 정산하고 검증받고 또 다시 평가 받는 구조이다. 일반적인 사회로 비유를 하자면, 취업면접을 보고 직원이나 사업자를 선정한 뒤에도 끊임없이 급여의 정산과정을 보고해야 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나라도움은 단 하나의 지출도 서류없이 진행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 사실 그 이전의 기금 방식도 이러한 통제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은 그 도가 지나치다. 차라리 담당공무원이 카드를 들고 한 명씩 나와서 직접 결재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방법일 것이다.

 

왜 이런 통제의 방식이 지속되는가? 국가는 수 조, 수 천억원의 사업들에는 너그러우면서, 수천, 수백만원의 문화예술사업을 이렇게 통제하려고 하는가?

 

e나라도움을 홍보하는 기획재정부의 네이버 블로그등 각 사이트에서 제시하는 e나라도움의 기능, 목적, 지향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https://www.young.go.kr/#!/content/60396

 

우선 e나라도움의 가장 큰 존재이유는 전반적인 내용에서 부패와 부정수급을 막는다는 내용이다. 기획재정부의 언어로 표현을 하자면, ‘중복/부정수급의 방지’, ‘끊임없이 집행상황을 관리 보조사업자 선정 시 수급자격 및 중복신청 검증을 통해 부적격자를 적발’, ‘정산의 간소화’ 등이다. 하지만, 이 허울좋은 편리함에 대한 기획재정부의 홍보글에서 짚고 넘어가야하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의문들

 

e나라도움의 탄생배경에 좀 더 투명한 재정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부정수급, 중복지원, 부적격자에 대한 통계는 왜 제시되지 않는가. 부정수급의 수준은 어느 정도이며, 전체를 기준으로 얼마나 발생하고 있는가. e나라도움의 목적이 기획재정부의 홍보와 같다면, 왜 e나라도움은 복지분야와 문화예술분야에서 시작되는가.

의문은 계속 된다. 정말 부정수급과 부패를 막으려는 시도를 하려 한다면, 정부가 가장 허약한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는 문화예술분야의 작가와 예술단체, 교육분야와 복지분야에서 e나라도움을 가장 먼저 실시하려고 하는가. 왜 이 제도를 중앙정부 자신이 사용하고 검증한 이후가 아니라, 가장 약한 계층을 통해 검증하는가

 

어렸을 때, 우리나라에서 가장 부패한 분야는 의료와 건설분야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에게 이야기해준 사람의 근거는 법조항이었다. 법에는 항상 예외조항이 있는데, 예외조항이 가장 많은 분야가 의료와 건설분야라고 했다. 상식적으로 상상해보아도, 예외조항이 많으면 많을 수록, 하도급이 많으면 많을 수록 그 사이에서 부정부패가 발생할 가능성이 많아진다. 우리나라 재벌이 부패의 온상이라는 것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엄청난 단계의 하도급 시스템을 보면 알 수 있다. e나라도움의 도움pdf(별로 도움이 안되지만)를 보면서 꽤나 의아해 했던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수급되는 과정을 도표화한 표에는 하도급의 과정이 보통 예술단체나 개인이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여러 단계가 제시되어 있다. 하도급의 과정이 네 개 이상되는 문화예술사업이 과연 존재하나 싶을 정도이다. 실제 보통 문화예술 기금사업의 예술단체나 개인작가의 수급단계는 한두 개에 불과하다. e나라도움의 도움사례에 적합한 것은 건설분야나, 문화예술분야에서는 공공미술 분야정도이다.

정부 혹은 국가가 선한 의지를 지니지 않았다는 것은 이미 우리가 탄핵정국을 지나오며 뼈져리게 느껴온 것이다. 이 지점에 e나라도움의 불편함에 대해 지속적으로 비난하는 것이 무의미해진다. e나라도움은 애초에 보조금을 받는 예술단체나 개인의 편의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쉽게 기사화되는 내용처럼 공무원의 행정편의를 위한 것 또한 아니다. ‘공무원’이라는 불특정 다수의 비호감 그룹에 대한 일종의 혐오는 e나라도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을 막는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e나라도움에 대한 질문을 다시 던질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e나라도움은 무엇을 위한 것이며, 어떻게 탄생하였는가.

 

 

e나라도움의 탄생 : 2015년 국가재정전략회의

 

그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e나라도움에 대한 기사는 아직 중앙지에 게재된 적이 없다. 오히려 지방신문을 통해서 몇몇의 기사가 나오고 있다. 대부분은 문화예술분야를 이해하지 못하는 공무원의 편의행정에 대한 비판이다. 그 중에 앞에서 인용했던 경인일보의 공지영 기자의 다른 기사가 있다. 사업포기와 관련된 기사 이전에 발행된 2017년 4월 4일자 경인일보 기사이다.

http://www.kyeongin.com/main/view.php?key=20170329010010600

 

“지난 1월 2일 기재부는 분야를 막론하고 국고보조금을 받는 모든 사업에 대해 'e나라도움'으로 보조금 지급을 시작했다. 기재부는 이중·부정수급 관리를 목적으로 e나라도움을 도입하면서 중앙정부는 물론 기초자치단체, 민간사업자의 보조금 상세내역의 집행상황을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공언했다.”“게다가 이중·부정수급 모니터링 기능과 정산 및 재정정보 공개시스템 등 핵심 프로그램은 7~9월 말 이후에나 개발이 완료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프로그램을 완전히 구축하고 시범 가동 후 오픈하는 게 일반적인데 프로그램 홍보는 물론 교육시간조차 제대로 주지 않은 채 서둘러 공개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2015년 대통령 주재의 국가재정전략회의를 통해 정해진 사업으로, 2년여에 걸쳐 꾸준히 준비해 온 사업"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시스템이 아직도 개발 중에 있어 미비한 것은 사실이지만 예산편성 시기 등을 고려해 무리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기사는 4월 9일자 기사보다 흥미로운 사실을 알려준다. 우선 2017년 1월 2일이 어떤 시국인지 생각해보면 이 기사가 훨씬 의미심장해진다. 2016년 겨울부터 2017년 겨울은 최순실국정농단 사건의 파장으로 한 주도 빠짐없이 촛불시위가 열리던 때였다. 2016년 12월 3일 탄핵소추안이 발의되어, 2016년 12월 9일 국회본회의가 통과되고 대통령 권한이 정지된 상태에서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 대행을 하는 시기이다. 그리고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이 나기 전의 그 숨가쁜 시국이었다. 이미 국회에서 대통령 직무정지를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기획재정부는 e나라도움이 2015년 대통령 주재의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의한 사업이며, 2년동안 준비해왔던 것이라며, 급하게 출범시켰다(2015년 국가재정전략회의가 2015년 5월에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2년이 아니라 1년 6개월 정도 준비한 것이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홍보에서 그렇게 중요하게 강조하던 이 시스템의 가장 중심인 이중·부정수급 모니터링 기능과 정산 및 재정정보 공개시스템은 아직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e나라도움을 가동시킨다. e나라도움에서 가장 중요한 전산시스템은 올 7월이나 9월에 만들어진다. 다른 말로 하면, 현재의 e나라도움은 껍데기만 있다. 현재의 e나라도움이 집행되고 있는 예산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이 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가 없다. 원래 2017년 7월이나 9월에 시행되어야하는 시스템이 시스템의 핵심인 부정수급이나 정산 모니터링 기능이 빠진 체로 급하게 탄핵정국 안에서 시행된 것이다. 현재의 e나라도움은 원래의 목적에 합당한 상태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스템은 올 1월에 황교안 국무총리의 대통령 대행 기간에 승인되었다.

짐작이긴 하지만, 현재 e나라도움의 수많은 오류와 이상한 디자인의 원인은, 아직 e나라도움의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행되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현재 e나라도움의 시스템이 예산 집행을 통계화하거나 집행을 모니터링할 기능이 없어서, 기존의 방식과, 시스템이 정상화되었을 때 필요한 서류를 이중으로 갖추어야 하는 상태라고 보는 것은 꽤나 합리적인 의심이다.

 

 

그렇다면 e나라도움은 왜 이렇게 급하게 실행되어야 했는가

 

‘2015년 국가재정전략회의’는 2015년 5월 13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출효율화가 시급한 10대 분야의 재정개혁 추진방안에 대해 논의한 회의이다. 여기서 논의 대상이 된 10대 분야는 지방재정, 지방교육재정, 연구개발, 복지재정, 문화지출, 방위사업, 사회간접자본(SOC), 일자리 사업, 성과평가체계, 공공기관 기능조정이다. 연합뉴스 2015년 5월 13일 기사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강경화 인사청문회 때 참으로 말이 많았던),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국정교과서를 추진한)을 비롯한 전 국무위원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국책연구기관장, 민간전문가 등 180여명이 참석했다한다. e나라도움은 이 회의의 결과물이다. 그 회의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면면이나, 그 이후의 행적들을 감안하면, e나라도움이 불편함으로만 언급될 시스템이 아니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이것은 단순하게 국가문화예술지원시스템(http://www.ncas.or.kr)의 잘못된 변주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중앙정부재정은 예산과 기금으로 이루어져 있다. 예산은 중앙정부의 경우 일반회계 1개이고, 우체국예금특별회계와 같이 세금이 아닌 우체국예금을 관리하는 특별회계가 현재 19개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기금은 67개의 기금이 존재한다. 올해 우리나라의 예산과 기금을 합한 정부정부재정의 총지출은 400조 정도로 예상되며, 예산 지출은 274조 정도, 기금 지출은 126조 정도로 예상된다. 지출이 많은 순으로 적어보면 보건/복지/고용분야로 129.5조, 일반/지방행정 분야 63.3조, 교육 57.4조, 국방, 40.3조, 사회기반시설(SOC) 22.1조원, 문화예술 7.1조원 등등이다(기획재정부 2017년 나라살림 예산개요 2017년 2월 24일자

http://www.mosf.go.kr/com/synap/synapView.do?atchFileId=ATCH_000000000004500&fileSn=2)

 

앞서 2015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언급한 10대 분야에 해당되는 예산은 300조가 넘는 방대한 액수이다. e나라도움은 이 예산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관리하겠다는 어마어마한 계획의 일환이다. 하지만, 지금이 이미 2분기의 말미인 6월이고 이 시스템이 완비되는데는 아직도 시간이 걸린다. 이 재정계획은 사실 2015년에서 2019년에 걸쳐 진행되어야할 것이었고, 정확히 말하면, 2018년도 혹은 탄핵정국이 아니라면 있었을 12월 대선 이전에 마무리되는 것이 계획이었을 것이다. 그 계획을 일년이나 앞당긴 것을 단순히 기획재정부 단독으로 재정시스템을 변화하는 것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너무 순진한 생각일 것이다.

 

 

e나라도움 : 통제와 부패의 의지

 

e나라도움의 골자는 이 나라의 모든 예산 집행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e나라도움의 태생적 한계는 박근혜 정권이 꼭 실현시키고 싶었던 관리체계라는 것 뿐만은 아니다.

 

이 시스템에는 결정적인 오류들이 있다. 첫번째는 잘못된 경제구조는 그대로 유지하며, 그것의 부정 수급을 관리하겠다는 의지이다. 즉, 잘못된 경제구조에 대한 수정을 바라지 않는 것이며, 단지 자금을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쉽게 이야기를 하면, 농부와 소비자가 직접 거래하던 것을 그 사이에 유통업체가 끼어들어 거래하는 것과의 차이일 것이다. 유통시스템은 보통 안정적인 시장을 유지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유통시스템 자체의 이익을 추구한다. 유통시스템같은 관문의 역할을 하는 것이 e나라도움이다. 지역자치단체에 할당되어진 예산이라도, 실제로 사용할 때는 e나라도움을 통해서 관리되어야한다. 이 체계 안에서는 모든 예산집행이 e나라도움을 통과해야한다.

두번째는 우리나라의 모든 예산이 블랙박스에 담긴다는 것이다. 이 시스템이 완전했을 경우에도, 자금의 흐름은 신용카드를 통해 운용되고 실제의 자금흐름이 발생하지 않는 기간이 존재한다. 거기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정상적이라면, 국고에 다시 환수되어야하지만, 어떻게 처리가 되고 있는 지는 오리무중이다. 하물며 현재의 불완전한 시스템에서 6개월간의 예산이 제대로 파악이 되고 있는지 역시 우려된다. 앞서 이것이 공무원에게 편한 시스템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지점은 이 부분이다. 이 시스템을 파악할 수 있는 혹은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은 아주 극소수이며, 실무자가 자금의 흐름을 알 수가 없다. 모든 것을 블랙박스화하려는 시도는 십중팔구 정말 큰 도둑, 정말 큰 부패를 위한 도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국가 보안체제의 허술함을 감안해볼 때, 우리나라의 예산을 단 하나의 사이트로 일원화하는 것은 안보를 고려한다면 자살행위에 가깝다. 전세계 해킹 공격의 제 1타격점이 될 것이다.

세번째는 e나라도움이 처음 적용된 것이 복지분야이며, 그 다음이 문화예술분야라는 것이다. 복지분야와 문화예술분야는 수급자가 정부 대 개인으로 하도급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부분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e나라도움의 통제 의지는 사회적으로 가장 약한 자를 맨처음 겨냥한다. 이 부분에서 불온한 의지가 그대로 드러난다. 사회적인 약자는 이 시스템을 과감하게 거부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 아무리 지원받기가 어려워도 수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화예술분야 역시 그렇다. e나라도움은 블랙리스트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통제를 지향한다. 거의 모든 개인과 단체는 이 시스템에 간섭을 받거나 받을 예정이다. 다른 말로 하면,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는 의지는 이 시스템에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에는 통제에 대한 갈망만 존재한다. 부정부패 척결을 원한다면 SOC(사회기반시설) 분야와 국방분야에서 가장 먼저 실시했어야 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현재 우리는 e나라도움이 편리해지거나 개선되기를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이 시스템의 전반적인 개편 혹은 폐지를 주장해야한다. 복지와 문화예술분야에 대한 통제 의지는, 가장 본질적인 삶과 생각에 대한 통제 의지이다. e나라도움 이전 문화예술분야 지원 역시 그 선정과 집행에 있어서 충분히 자유롭지 않은 구조였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의 홍보문구에서도 보이듯이, 그들은 ‘끊임없이’ 이 과정을 통제하고 점검하기를 원한다. 가장 자본의 시스템에서 벗어나 있고 포섭당하지 않는 예술가마저 자본을 통해 끊임없이 관리하겠다는 것은 곧 문화예술의 통제 역시 원하는 것이다. 문화예술에 대한 통제는 생각과 사고를 통제하려는 시도를 항상 포함하고 있다. e나라도움은 블랙리스트와 국정교과서와 같은 줄기의 생각에서 발현했으며, 모든 자본을 통제한다는 개념에서는 훨씬 더 심각한 문제이다.

시스템은 개인으로 대변되는 집권자에 비해 영속성을 지닌다. 정권이 바뀌고 대통령이 바뀌었으니, 이런 관리체계는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검열백서와 비교가 안될 정도 어마어마한 새로운 괴물이 탄생중이다. e나라도움은 진지하게 정권차원에서 검증의 과정을 다시 거쳐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