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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INES

명쾌함에 반대한다 20160407 회화는 어렵다는 이야기를 큐레이터들 혹은 비평가들의 입을 통해 쉽게 듣는다. 사람을 자주 만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몇 년 사이에 꽤나 여러 번 같은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얼마 전에 전시서문을 부탁하려 했던 사람에게도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작가의 입장에서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꽤나 머리가 복잡해진다. 회화가 어렵다는 말은 회화를 읽기 어렵다는 것인가, 회화를 통해서 글을 쓰기 어렵다는 말인가. 회화가 어렵다는 말은 회화를 읽기 싫다는 이야기인가. 혹은 회화를 현대적으로 읽기 어렵다는 이야기인가. 회화가 어렵다는 말은 회화라는 매체가 이미 예술적인 의미에서 현대적 추동력을 잃어버렸다는 이야기인가. 회화가 어렵다는 말은 회화를 통해 그럴 듯하고 좋은 글을 쓰기 어렵다는 것인가. 회화가 어렵.. 더보기
서울바벨 201602 바벨 BABEL 바벨이라는 이름은 순전한 우연으로 'babble(말을 더듬거리다)'이라는 영어 단어와 발음이 거의 같은데, 공교롭게도 뜻마저 비슷하다. 바벨은 신이 사람들을 혼란시켜 제각기 다른 말을 쓰도록 한 장소다. 바벨이라는 명칭은 히브리어로 '신의 문'이라는 뜻이다. 창세기 10장에는 '세상의 첫 용사'인 님로드(니므롯)가 세운 도시라고 되어 있다. 또 창세기 11장은 "온 땅의 언어가 하나요 말이 하나였더라"고 말한다.사람들은 '시날 평지'를 정해 탑을 건설하기로 했다. "그 탑 꼭대기를 하늘에 닿게 하여 우리 이름을 내고 온 지면에 흩어짐을 면하자." 신은 그 탑을 내려다보고 인간의 오만함을 드러내는 상징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신은 "그들의 언어를 혼잡하게 하여" 서로 말을 알아듣지 못하게 했.. 더보기
청춘 : ARTICLE 2012 아픔은 ‘청춘’에서 비롯되지 않았다 ‘...Don't make me sad. Don't make me cry. Sometimes love is not enough and the road gets tough. I don't know why...’ 아침부터 라나 델 레이 Lana Del Rey의 노래 가사가 혀끝에 빙빙 맴돈다. 독일의 바트엠스 Bad Ems라는 낯선 도시에 도착한 지 이제 거의 한 달이 되어 간다. 만 명 남짓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이 도시는 울창하게 우거진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음악을 틀지 않는 다면, 매 시간 마다 울리는 교회의 종소리와 하루 종일 다양한 새의 지저귐만 들을 수 있을 뿐이다. 유일하게 정적을 깨는 것은 한 시간에 한 번씩 지나가는 기차의 금속성 소리다. 대부분의 주민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