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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진

서울바벨 201602 바벨 BABEL 바벨이라는 이름은 순전한 우연으로 'babble(말을 더듬거리다)'이라는 영어 단어와 발음이 거의 같은데, 공교롭게도 뜻마저 비슷하다. 바벨은 신이 사람들을 혼란시켜 제각기 다른 말을 쓰도록 한 장소다. 바벨이라는 명칭은 히브리어로 '신의 문'이라는 뜻이다. 창세기 10장에는 '세상의 첫 용사'인 님로드(니므롯)가 세운 도시라고 되어 있다. 또 창세기 11장은 "온 땅의 언어가 하나요 말이 하나였더라"고 말한다.사람들은 '시날 평지'를 정해 탑을 건설하기로 했다. "그 탑 꼭대기를 하늘에 닿게 하여 우리 이름을 내고 온 지면에 흩어짐을 면하자." 신은 그 탑을 내려다보고 인간의 오만함을 드러내는 상징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신은 "그들의 언어를 혼잡하게 하여" 서로 말을 알아듣지 못하게 했.. 더보기
신은진 : 사랑에는 이름이 없다 2015 "결국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신체의 표피가 아니라는 것을 자주 까먹어요. 이미지에는 이미 관능이 남아 있지 않죠. 이미 관능이 휘젓고 난 뒤 흔적만 남아 있는데 그것도 까먹을 때가 많아요. 관능은 신체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신체가 발아시킨 아름다움에 대한 기억이라는 것을. 그것은 찰나에 가깝고 시간에 대한 이야기나 감각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작가 에세이, '사랑에는 이름이 없다' 중) 여기 욕망이 있다. 그리고 그 욕망의 표피를 감싸 안은 고독이 있다. 욕망은 구체적인 형체가 없기 때문에 형태를 그리려다 보면 어렴풋한 느낌마저 손가락 사이로 허무하게 사라진다. 마찬가지로 글도, 회화도, 막연하게 떠오르는 이미지를 지면에 옮기거나 캔버스에 물감을 묻히는 행위에서 그 생명력은 상상력에 미치지 못하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