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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용석

STAGE 2-1 도큐멘타 5년에 한 번 열리는 카셀 도큐멘타는 대형 미술행사가 있을 때마다 언급되는 세계적인 행사이다. 많은 미술관계자의 발길이 자연스레 카셀을 향한다. 특히나 올해는 카셀 도큐멘타,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 아트 바젤, 베니스 비엔날레가 유럽에서 한꺼번에 열리는 해였다. 10년에 한 번 오는 행사들은 시작 전부터 관심을 끌었다. 수많은 미술관계자들이 독일과 이탈리아 베니스를 방문했고 앞으로도 할 것이다. 하지만, 막상 우리는 피상적으로 그 행사들을 접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막연한 명성, 막연한 유서 깊음 같은 것에 끌리며 말이다. 사실 1995년 광주 비엔날레를 시작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수많은 국제 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다. 비엔날레들이 열릴 때마다 주기적으로 비엔날레 자체에 대한 비판이 반복된다. 2년 주기의 행.. 더보기
STAGE 3-1 : 곡성 20170826 STAGE 3-1 : 곡성 哭聲 2016년 5월에 개봉한 이 영화는 수많은 해석과 논란을 일으키며 600만명이 넘는 흥행을 했던 영화이다. 당시의 답답한 상황들과 맞물려 느꼈던 엄청난 무력감이 이 영화를 흥행하게 만든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그 사이에 정말 많은 상황들이 지나가고,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믿는 지금, 1년도 더 된 영화를 다시 소환하려고 한다. 그 사이에 무력감은 어떤 긍정적인 에너지로 전환되는 것처럼 보이는 지금, 세상이 뭔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처럼 보이는 지금, 이 영화의 세계가 유효하지 않은 것처럼 은폐된 지금. 세상은 변화한 것처럼 보이지만, 항상 삶의 전체를 가로지르는 구조들과 장치들은 그대로 건재하다. 여전히 태극기, 십자가, 성조기가 삼위일체의 형상으로 모.. 더보기
STAGE 1-2 : 블랙리스트,관료제 20170802 STAGE 1-2 : 블랙리스트, 관료제 적폐 청산이란 무엇을 하는 것일까? 청산해야 할 적폐들은 수없이 많지만, 최근 며칠 동안 선거와 관련된 뉴스를 보면서 떠오른 것은 유신헌법의 잔향이었다. 1972년에 제정되어 유신체제의 근간이 된 유신헌법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1조 2항에 나온 주권자에 대한 규정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국민은 그 대표자나 국민투표에 의하여 주권을 행사한다” 이후 대통령 긴급조치를 통해 이 헌법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표출하는 것 자체가 범죄로 규정된 것처럼, 주권자인 국민은 직접 정치에 대해 이야기할 수도 없고, 오직 투표나 청탁을 통해서만 정치에 관여할 수 있게 되었다. 즉, 누구를 지지하느냐 어느 줄에 서느냐가 ‘정치’가 된 셈이다. “ “올해 1월, 가 실.. 더보기
STAGE 1-1 : e나라도움의 실체 20170628 e나라도움 올 초부터 SNS에서 e나라도움과 관련된 글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보통 보조금을 운용하고 있지 않은 입장에서는, 꽤나 시스템이 불편하게 바뀌었나보다고 막연히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e나라도움은 단순히 있던 관행이 더 복잡하게 변한 것이 아니라, 기금과 보조금이 사용되는 모든 틀을 바꾸는 관리체계이다. “‘e나라도움’을 포기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쓰여진 2017년 4월 19일자 경인일보 공지영 기자의 기사를 보면 미리 시행된 e나라도움이 몇가지 중요한 사실들을 파악할 수 있다. http://www.kyeongin.com/main/view.php?key=20170416010005352 우선, 이 시스템을 통해 이미 선정된 사업이라도 진행되기가 아주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굳이 일반적인 .. 더보기
STAGE 0 : ‘지금’ 20170417 ‘조영남 대작사건’ 현재, 조영남 사기죄에 대한 재판이 새로운 재판부와 함께 다시 시작되었다. 2016년 4월부터 7월까지 불붙었던 논란의 결과가 어떻게 진행될 지 흥미진진하기보다는, 어떤 오류가 다시 생기게 될 지 걱정이 앞선다. 사건의 개요를 읽다보면, 대작이 관행이냐 아니냐와 대작의 경우, 저작권이 작가에 있는지 조수에게 있는 것인지에 따라 판결이 날 것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공소사실에 기초해서 보면, 대작 자체가 불법이며 범행이다. 현재 재판부의 의견에 따라, 대작에 대한 정의가 내려질 상황이다. 사건에 대한 많은 글들을 다시 읽으면서, 이 글을 시작한다. 다시 읽어본 텍스트들은 주로 인쇄되었거나, 인터넷을 통해 연재되었거나, 기사화된 내용들이다. 수많은 기자와 필자들이 이 사건에 대해 .. 더보기
진정한 탐정 TRUE DETECTIVE (크리티칼 2014) 우디 해럴슨 Woody Harrelson, 매튜 맥커허니 Matthew McConaughey. 캐스팅의 화려함 만으로도 이 드라마는 눈길을 끈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이번에 수상한 매튜 맥커허니, 그리고 우디 해럴슨의 연기만으로도 이 드라마는 충분히 볼만한 것이었다. 연기파 배우라 알고 있는 우디 해럴슨은 그렇다 치고, 초반기 젊을 때 그저 잘생긴 배우로 기억되던 매튜 맥커허니의 연기는 사실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혜성처럼 연기로 등장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의 외모와 인상에 의존한 연기를 한다면, 매튜 맥커허니는 포르노 배우 같던 젊은 시절의 모습을 모두 지워버리고, 마치 의 샤를리즈 테론 Charlize Theron처럼 에서 우리에게 다가온다. 보통, 미국드라마의 시즌이 40분.. 더보기
한니발 : 이성으로부터 버려진 환상은 불가능한 괴물을 만든다 (크리티칼 2014) 으로 시작된 토마스 해리스의 모티브는 안소니 홉킨스와 조디 포스터의 인상적인 연기 이후에 , ,으로 이어진다. 강렬하고 비현실적이면서 천재적인 한니발 렉터 캐릭터는 2014년에 다시 티비시리즈로 다시 태어난다. 새로운 시리즈는 이전의 한니발과 윌에 대한 스토리를 담고 있다. 에서 잠시 보여진 윌이 이번 시리즈에서는 주인공이다. 시즌 1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한니발과 윌의 관계이다. 한니발은 윌의 상담의이면서 동시에, 연쇄살인범이다. 윌은 그 연쇄살인범을 쫓는 FBI를 자문한다. 조디 포스터가 FBI요원인 것에 비해 윌은 범죄심리학 박사이다. 직접 살인범을 쫓거나, 프로파일링과 다르게, 현장에서 살인범의 정신과 동일한 상태의 환각에 빠지면서 살인범의 사고를 더듬는다. 살인범의 세계를 이해하면 할수록 윌은.. 더보기
안소현 : 퇴폐미술전 2016 오용석의 그림이 위험한 것은 '회화에 대한 고민'을 앞세워 동성 간의 밀애나 신체에 대한 은밀한 탐닉으로 유도하기 때문이다. 어두운 바탕 위에 섬세한 결을 드러낸 얇은 베일의 노랑, 흘러내린 노랑, 흩뿌려진 노랑에 홀려 무심코 따라가다 보면 우리의 눈은 어느새 나뒹구는 신체의 근육, 성기, 엉덩이, 체액에서 헤매고 있다. 이런 부류들이 욕망의 탐닉을 적절히 은폐하기 위해 흔히 쓰는 수법은 자신들에게 중요한 것은 대상의 재현보다는 '순수한 감각'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서동진이 오용석의 그림에 대해 쓴 글이 전형적인 예이다.. "나는 그가 선호하느 색채들이 궁금하다. 그가 집요하리만치 모든 그림 속에 집어넣고 있는 흰색과 검은색의 밀도가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이 재현하는 대상들을 다른 감각적 체.. 더보기
PHENOMENAL WORLD 최요안 (2016.6.9 - 7.1 갤러리 생각상자) Untitled 1-6, Photomontage & Oil Painting, 241x234cm, 2016 이미지로 폭력에 대항하는 것이 가능한가. 혹은 폭력성을 정확하게 재현한 이미지로 폭력에 대항하는 것이 가능한가. 이런 질문을 던졌을 때, 그의 작업에서 그 역할을 가장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작업은 ‘Untitled’ 시리즈이다. 그가 줄곧 다루어오던 폭력성이 거의 추상적인 수준에까지 밀어붙여져 있다. ‘분노하라’의 형상이 역사의 기억을 건드리면서 관객에게 과거를 소환하게 하거나 ‘해처리’가 군인이라는 인간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Untitled’ 시리즈에서 대상들은 순수하게 폭력적인 가해자의 형상으로 태어난다. 다른 작업들이 가까이 다가갔을 때, 원래의 형상이 사라지면서.. 더보기
합체 B-CONE (2016.4.8 - 28 뽕뽕브릿지) ‘분리 Seperation’ 송아지에서 분리된 한쪽 다리가 전시장에 걸려있고, 그 앞에는 다리가 하나 없는 송아지가 절룩거리며 걷고 있는 영상이 있다. ‘합체 Combination - Triptych’ 분리되어 있던 고깃덩이의 일부들이 천천히 결합하여 부자연스럽게 서있는 송아지와 비슷한 형상이 영상 밖의 관객을 응시한다. 두 개의 작은 방에는 쓰러져 있는 의문스런 고깃덩이가 서서히 일어나 송아지와 고라니처럼 보이더니, 급작스레 해체되며 앵글의 밖을 향해 힘차게 날아가 버린다. 분리와 합체는 서로에 반대되는 단어이면서, 동시에 하나의 프로세스 위에 있는 단어이다. 좀 더 기술적으로 발전한 근미래에서는 이 단어를 신체와 생명에 사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아주 기계적 프로세스에 적합한 언어이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