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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용석

이탈리아식 오페라하우스 초안 2009 «'소돔120일‘은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의 영화 ’살로, 소돔의 120일‘에 영감을 주었다. 이 영화는 합의하지 않은 희생자들에게 가해지는 공포와 잔혹을 생생하게 그려 내고 있다. 이 영화가 지닌 예술적 가치와는 무관하게, ’살로, 소돔의 120일‘을 본다는 것은 관객에게는 일종의 사디즘적인 공격이 되어, 관객은 영화를 보는 동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합의한 희생자로 변모한다.» 에스텔라 V. 웰든, 사도마조히즘, 2002 관객이 사디즘에 공격되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관객이 합의한 희생자로 변모한다고 지적하지만, 사실은 동화를 통해 합의하지 않은 가해자, 공범자, 목격자로 전환된다. 관객이 느낄 수 있는 혐오감이나 죄의식은 희생자 혹은 피해자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이나 정서가 아니다. 희생자가 느꼈을 .. 더보기
명쾌함에 반대한다 20160407 회화는 어렵다는 이야기를 큐레이터들 혹은 비평가들의 입을 통해 쉽게 듣는다. 사람을 자주 만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몇 년 사이에 꽤나 여러 번 같은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얼마 전에 전시서문을 부탁하려 했던 사람에게도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작가의 입장에서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꽤나 머리가 복잡해진다. 회화가 어렵다는 말은 회화를 읽기 어렵다는 것인가, 회화를 통해서 글을 쓰기 어렵다는 말인가. 회화가 어렵다는 말은 회화를 읽기 싫다는 이야기인가. 혹은 회화를 현대적으로 읽기 어렵다는 이야기인가. 회화가 어렵다는 말은 회화라는 매체가 이미 예술적인 의미에서 현대적 추동력을 잃어버렸다는 이야기인가. 회화가 어렵다는 말은 회화를 통해 그럴 듯하고 좋은 글을 쓰기 어렵다는 것인가. 회화가 어렵.. 더보기
서울바벨 201602 바벨 BABEL 바벨이라는 이름은 순전한 우연으로 'babble(말을 더듬거리다)'이라는 영어 단어와 발음이 거의 같은데, 공교롭게도 뜻마저 비슷하다. 바벨은 신이 사람들을 혼란시켜 제각기 다른 말을 쓰도록 한 장소다. 바벨이라는 명칭은 히브리어로 '신의 문'이라는 뜻이다. 창세기 10장에는 '세상의 첫 용사'인 님로드(니므롯)가 세운 도시라고 되어 있다. 또 창세기 11장은 "온 땅의 언어가 하나요 말이 하나였더라"고 말한다.사람들은 '시날 평지'를 정해 탑을 건설하기로 했다. "그 탑 꼭대기를 하늘에 닿게 하여 우리 이름을 내고 온 지면에 흩어짐을 면하자." 신은 그 탑을 내려다보고 인간의 오만함을 드러내는 상징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신은 "그들의 언어를 혼잡하게 하여" 서로 말을 알아듣지 못하게 했.. 더보기
JOEY STEFANO 조이 스테파노 2007 SEARCHING FOR CLUES Ⅱ 그보다 뒤늦게 나온 텍스트인 발정한 비너스에서 여주인공은 보다 총명하게 남창의 뚜쟁이 역할을 맡는다. 우연히 그녀는 열두 살 먹은 소년인 어린 "천사"를 얻는데 그녀는 그를 성의 세계에 입문시키고 정기적으로 이용하며 그런 다음에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남자들과 여자들에게 매춘을 시킨다. 그녀는 자신의 세자르가 모든 남편의 부인이 되고 모든 부인의 남편이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녀는 판매자와 상품, 지배자와 피지배자 모두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지배와 복종을 혼동하고 그것과 함께 성적 차이를 혼동하는 육감적 사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이다. 성적 차이가 확고한 관념이 되어가던 시대에 포르노그라피 텍스트와 여주인공들은 기이하게도 시대에 뒤떨어진 것처럼 보인다. 린 헌트 '포르.. 더보기
탁영준 : 옷과 살갗 사이 ARTINCULTURE 2015 옷과 살갗 사이 Between Gewant und Skin 지난 달 열린 작가 오용석의 개인전 전시장 한쪽 벽면에는 회화작품들과 낱장의 출력물들이 뒤섞여 있었다. 각종 미디어에서 수집한 이 이미지와 자료들을 훑어보며 작가의 감정과 마주하는 것 같은 내밀한 느낌을 받았다. 도착적인 게이 포르노 이미지들, 영화 용어 해설 텍스트, '40년 동거한 여고 동창생의 비극적인 죽음'에 관한 기사등 작가에 대한 단서 같은 자료들이 흩어져 있다. 그 사이사이에는 형광 보랏빛 얼굴을 그린 , 흘러내리다가 굳은 반투명한 연분홍빛 액체의 흔적에서 두 남자의 형체가 엿보이는 , 열대우림 같은 수풀 위에 샛노란 물감이 분출된 등 감정과 욕망이 덩어리지거나 폭발하는 듯한 회화 작품들이 걸려 있다. 작가 오용석은 자신의 회화 작업.. 더보기
신은진 : 사랑에는 이름이 없다 2015 "결국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신체의 표피가 아니라는 것을 자주 까먹어요. 이미지에는 이미 관능이 남아 있지 않죠. 이미 관능이 휘젓고 난 뒤 흔적만 남아 있는데 그것도 까먹을 때가 많아요. 관능은 신체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신체가 발아시킨 아름다움에 대한 기억이라는 것을. 그것은 찰나에 가깝고 시간에 대한 이야기나 감각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작가 에세이, '사랑에는 이름이 없다' 중) 여기 욕망이 있다. 그리고 그 욕망의 표피를 감싸 안은 고독이 있다. 욕망은 구체적인 형체가 없기 때문에 형태를 그리려다 보면 어렴풋한 느낌마저 손가락 사이로 허무하게 사라진다. 마찬가지로 글도, 회화도, 막연하게 떠오르는 이미지를 지면에 옮기거나 캔버스에 물감을 묻히는 행위에서 그 생명력은 상상력에 미치지 못하는.. 더보기
이병희 : 축제 2013 이병희(미술비평) 석양이 지는 해변에 서있는 소년의 모습을 바라보는 한 노인이 있다. 해변인데도 흰색 중절모에 흰색 양복에 흰색 구두를 신고 의자에 누워있다. 땀을 흘리고 있고, 좀 더 젊게 보이려고 한 회분이 땀에 지워져 내리고 있다. 태양은 수평선 아래에 걸쳐 사라지기 전, 가장 아름다운 빛을 내뿜고 있고, 소년은 그 빛을 모두 한 몸에 받아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그가 페스트가 창궐하기 시작하는 베니스를 빠져나가지 않은 것은 오직 그 소년 때문이다. 이미 자신의 몸이 수명이 다해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조금이라도 가까이 젊음의 광휘를 맛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어두컴컴한 뒷골목을 따라가면서도, 긴장과 동시에 행복감을 느꼈던 것을 기억한다. 기침할 때마다 손수건에 묻어나는 선혈을 보면서도, 오히려 .. 더보기
장파 : Re 보내지지 않은 편지 2013 장파 (아티스트) 과잉된 사랑Excessive Love 그의 작업 전반에는 사랑과 욕망의 구조적 관계 및 그것들에 의해 파생되는 이야기들로 가득 차있다. 욕망 속에서 사랑을 발견하고 싶은 열망. 작가는 그것의 불가능성을 받아들이기보다는 환상과 아름다움의 영역으로 이동시킨다. 그러나 환상의 영역으로 들어간 작가는 다시 그 속에서 사랑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왜냐하면, 환상은 욕망이 실현되는 시나리오를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라캉 정신분석에서 환상은 `우리로 하여금 무엇인가를 욕망할 수 있도록 해주는, 혹은 욕망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하나의 틀로서 기능한다.'하였듯이. 그는 욕망의 심층으로 들어가 그것의 근원적 이유를 찾는 것이 아니라, 욕망의 표면에서 환상의 환영이 만들어내는 가능성의 영역을 이야기한다. .. 더보기
정현 : 몽상, 카프카의 세계로 ARTINCULTURE 2011 정현 (미술평론가) 현대문화에서 B급 정서 또는 '오타쿠'는 이중적으로 소비된다. 하나는 주류문화를 거부하는 하위문화의 주체로서의 특권으로 나타나고 다른 하나는 반사회적인 고립된 인물들이 모인 '나쁜 취향'의 공동체로 인식되는 경우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이러한 하위문화의 이중성을 상품화하고 유행의 전위로 출격시킨다. 엽기적이고 괴기한 '하위문화적 이미지'가 하이패션의 일부와 꼴라쥬되는 현상은 모든 것을 욕망화 하는 트랜드의 힘을 과시한다. 결국 트랜드란 여러 의미로 다수의 논리에 속하는 것이다. 물론 하위문화라고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들도 더 이상 소수로 불리는 희생양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유행이 비단 상품의 세계에만 머물지는 않는다. 현대미술에서도 엽기, 비이성, 광기, 괴물, 부조리,.. 더보기
김만석 : 밀림의 왕자 2011 김만석(미술평론가) 1. 이미지 생태계 오용석의 회화는 밀림이다. 회화와 밀림을 등가로 놓았다고 해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아니, 그의 회화를 밀림으로 은유했다고 해서 정말로 밀림이 아니거나, 회화는 회화일 뿐 오해하지 말자는 익숙한 농담으로 간주할 수 없다. 회화에 대한 반성이 회화에 깃든 환상을 걷어내는 데 있었다면, 오히려 오용석의 회화는 회화가 지닌 마법들을 보다 풍부하게 활용함으로써 이미지의 밀림을 정초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잘 알다시피, 밀림이 갖은 초목들과 파충류, 갑각류, 포유류 등을 포괄하는 광범위한 생태계가 자유롭게 혹은 그 내적 원리에 따라서 균형을 이루고 있는 세계라고 할 수 있다면, 오용석의 회화를 밀림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진술은 서로 다른 유적 질서를 가지고 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