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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동거한 여고 동창생의 비극(종합) 연합뉴스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고등학교 졸업 이후 40년간 동거하며 우정을 과시했던 여고동창생 2명이 비극적으로 인생을 마감했다. 한명은 최근 암세포가 온몸으로 전이돼 숨졌고 다른 한명은 친구의 가족과 경제적인 문제로 갈등을 빚다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31일 부산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30일 오전 6시 40분께 부산 북구의 한 아파트 화단에 A(62·여)씨가 숨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이날 새벽 2시께 자신이 살았던 아파트 옆 동 20층에 올라가 복도 창문을 열고 투신했다. 아파트 복도에서 A씨의 점퍼와 운동화가, A씨 바지 주머니에는 '시신을 기증해주세요'라는 내용의 유서가 각각 발견됐다.


경찰 조사결과 A씨는 부산의 한 여상을 졸업한 뒤 동창인 B(62)씨와 40년을 동거해왔다. 1990년대부터 둘은 이 아파트에서 살았으며 주로 B씨가 회사생활 등을 하며 돈벌이를 했고 A씨는 살림살이를 했다. 그러나 지난 9월말 몸이 몹시 수척해진 B씨가 병원검사를 받는 과정에서 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 이미 암세포가 온몸에 전이된 B씨는 손을 써볼 틈도 없이 이달 초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숨졌다. 당시 A씨는 B씨를 간병하면서 B씨 가족과 경제적인 문제로 마찰을 빚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B씨 가족에 따르면 A씨는 간병과정에서 B씨 명의로 된 아파트와 보험금 상속인 명의를 자신으로 변경해달라고 요구해 갈등이 깊어졌다. 결국 A씨는 병원을 떠났고 B씨와 함께 살던 아파트에서 패물 등 돈이 될 만한 가치가 있는 물건을 모조리 챙겨 나갔다. 이후 B씨 가족은 A씨가 B씨 명의 통장에서 주식배당금, 국민연금 등의 현금을 빼간 사실을 알고 A씨를 절도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소하고 아파트 집열쇠도 바꿨다. B씨 가족은 40년간 동거하며 최근에는 조선소 허드렛일까지 하며 가장역할을 해온 B씨가 암말기 진단을 받았는데도 이 같은 요구를 한 A씨에 섭섭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집을 나온 A씨는 부산진구 양정동에서 방을 얻어 살다가 뒤늦게 B씨의 사망소식을 접했고 한달여만에 자신이 살던 아파트로 돌아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은 A씨가 동창이자 인생의 동반자였던 B씨가 암으로 숨지고 경제적인 갈등까지 겹치자 이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