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관계 Dangerous Liaisons'의 발몽은 트루베 부인과 헤어지기 위해, 'It's beyond my control' 이라는 말을 반복한다. 안다. 세상 안에, 인간의 마음 안에 어쩔 수 없는 본능과 욕망으로 가득차 있다는 것은. 단지, 그것이 당당한 이유가 되지도, 시의적절한 변명이 아니라는 사실마저 잊어버릴 수는 없다.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시의부적절한’ 것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모든 것을 잊어버릴 수는 없다. 모든 것을 잊어버린다고, 모든 것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망각. 망각은 기억보다 항상 유혹적이고, 항상 쉽다. 사실이 진실에 가깝다는 믿음은 맹목적이다. 사실과 사실 사이를 상상한다. 틈에 숨겨진 맥락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드러나는 것들은 항상 모든 것의 1%이다. 체홉의 소설 속에 인물, 체르바코프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사소한 의혹은 그의 죽음보다 훨씬 본질적인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미지를 만드는 나는 ‘보이는 것’을 의심한다. 어쩌면 이미지들에서 배어나온 텍스트들이 맥락의 균열을 채우려 사이를 기어 다니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2010


<[Tu] 2011>에 수록



RELATED TEXT : 나는 망각을 기억하는 것을 잊어버렸다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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