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는 공백을 느낀다

정지된 순간에 파고드는 미묘한 감정선

환타지같은 그 순간을 포착하고 싶다

 

내가 말하는 공백은 완전히 무엇이 비어있다는 것보다는, 모든 것은 존재하는데 결계처럼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하는 것에 더 가깝다. 엄밀히 말하면 그 공백은 사이나 틈에 가깝다. 들뢰즈의 주름일수도 있다. 그것은 명확하게 나에게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단지 희미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 공백은, 내가 느끼는 순간, 존재하는 것이며, 시간이 정지한 것같은 그 순간에 나는 일종의 묘한 감정, 평온함, 혹은 슬픔, 애조를 느낀다. 나는 새로운 것을 보는 것은 아니다. 단지 무형의 어떤 것에 지배를 받는다. 오시이 마모루의 애니메이션에서 가끔 나오는 슬로우의 순간들. 뭔가를 보고 있으나, 다른 것을 보고 있을 때. 공백은 외부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 안에서 생긴다. 아니면 나와 사물 사이에 생기는 것일지도 모른다. 여하튼 그런 상태에 도달하는 순간, 많은 감정과 오만가지 생각이 교차하면서 나는 세상과 격리되어 환각에 빠진다. 나는 그런 개인적인 순간을 포착하고 싶어 하며, 그 순간을 같이 경험할 수 있기를 원한다. 환타지의 순간, 세상과 내가 분리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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