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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위한 셋

관능 SENSUALITY 2015 이미지를 보면서 잡아내고자하는 것을 망각할 때가 많다. 내가 실제로 느끼는 관능은 이미 이미지 위에 있지 않다. 오히려 관능은 손으로 느낄 수 있는 신체의 표피와 그것을 접촉할 때 존재한다. 신체의 이미지를 볼 때마다, 혹은 그것을 재현할 때마다, 가장 쉽게 하는 실수는 그 보이는 표피의 이미지를 재현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결국 본인이 진정 원하는 것이 신체의 표피가 아니라는 것을 혼돈하곤 한다. 카메라를 통해 반사된 이미지에는 이미 관능이 휘젖고 난 뒤, 감정적으로는 소진된 감각만 남아 있을 뿐이며, 그 소진 이후에 남은 다른 감각만 남는다. 그것은 보통 흔적을 남기는데, 내가 포착할 수 있는 것은 그 흔적 뿐이다. 발목을 움켜싸는 손, 털 위에 머무는 햇빛, 욕정으로 가득찬 입속의 손, 혀 끝에서 .. 더보기
쾌락을 위한 쾌락 2015 신체가 아름다워지는 순간은 그 추상성을 획득할 때이다. 일상의 육체는 시각적으로 아름다움을 획득하기 힘들다. 일상의 육체는 온도, 촉각, 혹은 후각을 통해서 실체를 획득한다. 점액질의 혐오스러움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실제의 우리 육체는 향유될 수 없다. 혐오스러움의 필터링을 통해서 검열된 쾌락은 온전히 시각적인 쾌락만을 허용한다. 어느 순간부터 신체적인 쾌락은 시각적 흥분과 신체적인 접촉에서 비롯되는 감각으로 구분되어 버렸다. 그 둘은 언뜻 보면 하나의 쾌락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혀 다른 종류의 감각이다. 이미 우리는 두 가지 다른 감각을 다른 방식으로 영위하도록 학습 받고 있으며, 실제의 감각도 역시 그것을 통해 변화하고 있다. 르네상스식의 고도로 정제된 인체에 대한 즐김의 방식은, 이미 포르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