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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희

이병희 : 축제 2013 이병희(미술비평) 석양이 지는 해변에 서있는 소년의 모습을 바라보는 한 노인이 있다. 해변인데도 흰색 중절모에 흰색 양복에 흰색 구두를 신고 의자에 누워있다. 땀을 흘리고 있고, 좀 더 젊게 보이려고 한 회분이 땀에 지워져 내리고 있다. 태양은 수평선 아래에 걸쳐 사라지기 전, 가장 아름다운 빛을 내뿜고 있고, 소년은 그 빛을 모두 한 몸에 받아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그가 페스트가 창궐하기 시작하는 베니스를 빠져나가지 않은 것은 오직 그 소년 때문이다. 이미 자신의 몸이 수명이 다해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조금이라도 가까이 젊음의 광휘를 맛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어두컴컴한 뒷골목을 따라가면서도, 긴장과 동시에 행복감을 느꼈던 것을 기억한다. 기침할 때마다 손수건에 묻어나는 선혈을 보면서도, 오히려 .. 더보기
이병희 : 애브젝트, 혼성, 미디어 그리고 향유 2007 이병희(미술평론가) 예전에 제 2회 광주비엔날레에서, 생성파트의 커미셔너였던 베르나르 마르카데의 글에는 아주 긴 제목이 있었다. 그것은 이란 것이었다. 여기서 브리콜라주라는 것은 레비스트로스가 여러 가지 특성이 잘 결부되어있는 하나의 전체라고 정의한 그것이다. 최근의 이러한 혼성은 온갖 미디어(대중 문화 매체 인 영화, 생활 매체인 인터넷 뿐 만이 아니라 심지어 예술까지도) 속에서 가속되거나, 아니면 적어도 받아들일만한 것으로 재영토화되고 있다. 사실 그러한 ‘재영토화’는 비교적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불쾌한 것, 역겨운 것, 폭력적인 것, 낯선 것, 조화롭지 않은 것, 외설적인 것, 무의식적인 것, 소수적인 것 등이 귀환하기는 하는데, 미디어를 통해서‘받아들일 만한 것’으로 귀결된다는 것은 정말 환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