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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희 : 축제 2013 이병희(미술비평) 석양이 지는 해변에 서있는 소년의 모습을 바라보는 한 노인이 있다. 해변인데도 흰색 중절모에 흰색 양복에 흰색 구두를 신고 의자에 누워있다. 땀을 흘리고 있고, 좀 더 젊게 보이려고 한 회분이 땀에 지워져 내리고 있다. 태양은 수평선 아래에 걸쳐 사라지기 전, 가장 아름다운 빛을 내뿜고 있고, 소년은 그 빛을 모두 한 몸에 받아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그가 페스트가 창궐하기 시작하는 베니스를 빠져나가지 않은 것은 오직 그 소년 때문이다. 이미 자신의 몸이 수명이 다해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조금이라도 가까이 젊음의 광휘를 맛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어두컴컴한 뒷골목을 따라가면서도, 긴장과 동시에 행복감을 느꼈던 것을 기억한다. 기침할 때마다 손수건에 묻어나는 선혈을 보면서도, 오히려 .. 더보기
장파 : Re 보내지지 않은 편지 2013 장파 (아티스트) 과잉된 사랑Excessive Love 그의 작업 전반에는 사랑과 욕망의 구조적 관계 및 그것들에 의해 파생되는 이야기들로 가득 차있다. 욕망 속에서 사랑을 발견하고 싶은 열망. 작가는 그것의 불가능성을 받아들이기보다는 환상과 아름다움의 영역으로 이동시킨다. 그러나 환상의 영역으로 들어간 작가는 다시 그 속에서 사랑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왜냐하면, 환상은 욕망이 실현되는 시나리오를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라캉 정신분석에서 환상은 `우리로 하여금 무엇인가를 욕망할 수 있도록 해주는, 혹은 욕망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하나의 틀로서 기능한다.'하였듯이. 그는 욕망의 심층으로 들어가 그것의 근원적 이유를 찾는 것이 아니라, 욕망의 표면에서 환상의 환영이 만들어내는 가능성의 영역을 이야기한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