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를 보면서 잡아내고자하는 것을 망각할 때가 많다. 내가 실제로 느끼는 관능은 이미 이미지 위에 있지 않다. 오히려 관능은 손으로 느낄 수 있는 신체의 표피와 그것을 접촉할 때 존재한다. 신체의 이미지를 볼 때마다, 혹은 그것을 재현할 때마다, 가장 쉽게 하는 실수는 그 보이는 표피의 이미지를 재현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결국 본인이 진정 원하는 것이 신체의 표피가 아니라는 것을 혼돈하곤 한다. 카메라를 통해 반사된 이미지에는 이미 관능이 휘젖고 난 뒤, 감정적으로는 소진된 감각만 남아 있을 뿐이며, 그 소진 이후에 남은 다른 감각만 남는다. 그것은 보통 흔적을 남기는데, 내가 포착할 수 있는 것은 그 흔적 뿐이다.


발목을 움켜싸는 손, 털 위에 머무는 햇빛, 욕정으로 가득찬 입속의 손, 혀 끝에서 만들어지는 정교함, 육체를 향해 밀려드는 빛... 그것들은 신체적 아름다움이 아니라, 신체가 발아시킨 아름다움에 대한 기억이다. 그것은 찰나에 가까우며, 시간의 감각이다. 시간의 감각을 평면에 잡아두려는 시도는 불가능한 향수이다. 하지만 그 불가능함이 행위 자체를 아름답게 만든다. 정교하게 추출된 흔적의 평면적 재현은 그 지점에서 관능적일 수 있다. 20151018


<우리를 위한 셋 THREE OF US>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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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가 아름다워지는 순간은 그 추상성을 획득할 때이다. 일상의 육체는 시각적으로 아름다움을 획득하기 힘들다. 일상의 육체는 온도, 촉각, 혹은 후각을 통해서 실체를 획득한다. 점액질의 혐오스러움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실제의 우리 육체는 향유될 수 없다. 혐오스러움의 필터링을 통해서 검열된 쾌락은 온전히 시각적인 쾌락만을 허용한다. 어느 순간부터 신체적인 쾌락은 시각적 흥분과 신체적인 접촉에서 비롯되는 감각으로 구분되어 버렸다. 그 둘은 언뜻 보면 하나의 쾌락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혀 다른 종류의 감각이다. 이미 우리는 두 가지 다른 감각을 다른 방식으로 영위하도록 학습 받고 있으며, 실제의 감각도 역시 그것을 통해 변화하고 있다. 


르네상스식의 고도로 정제된 인체에 대한 즐김의 방식은, 이미 포르노그라피적 요소들에 의해 재가공되고 있다. 그것은 보다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동영상 혹은 검열되지 않는 신체를 이용하여 보다 선정적이고 보다 아방가르드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들은 신체의 완벽한 형태 혹은 우리가 말하는 욕망을 자극하는 형태로 극대화시키는 방식, 그것을 읽게 하는 방식은 고전적인 회화가 지녔던, 현실로 돌아오지 않는 육체, 극도로 이상화된 육체라는 개념에 의존한다. 즉, 실제성을 배제하면서 혹은 그 실제성을 극도로 시각화하면서 동시에 실제적인 육체의 쾌락과 차별화시킨다. 이 차별화된 감각은, 일본의 애니메이션에서 보았던 풍경을 실제로 접할 때의 선험적 감각을 실제의 육체적 관계에서 발현된다. 결국 감각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사유는 그것을 이전의 언어로 다시 기록하려고 시도하지만, 그것은 이미 또다른 '식스센스'로서 존재한다. 보는 이가 소환하는 것은 경험에 대한 기억과 감각, 그것의 그림자이다. 20151102


<우리를 위한 셋 THREE OF US>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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