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드업 썸네일형 리스트형 이병희 : 축제 2013 이병희(미술비평) 석양이 지는 해변에 서있는 소년의 모습을 바라보는 한 노인이 있다. 해변인데도 흰색 중절모에 흰색 양복에 흰색 구두를 신고 의자에 누워있다. 땀을 흘리고 있고, 좀 더 젊게 보이려고 한 회분이 땀에 지워져 내리고 있다. 태양은 수평선 아래에 걸쳐 사라지기 전, 가장 아름다운 빛을 내뿜고 있고, 소년은 그 빛을 모두 한 몸에 받아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그가 페스트가 창궐하기 시작하는 베니스를 빠져나가지 않은 것은 오직 그 소년 때문이다. 이미 자신의 몸이 수명이 다해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조금이라도 가까이 젊음의 광휘를 맛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어두컴컴한 뒷골목을 따라가면서도, 긴장과 동시에 행복감을 느꼈던 것을 기억한다. 기침할 때마다 손수건에 묻어나는 선혈을 보면서도, 오히려 ..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