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속에 도사린 어떤 괴물의 존재를 느꼈다. 그것은 나라는 존재를 빌려 그 어떤 일도 해치울 수 있을 전능한 괴물이었다. 메마른 자부심. 응고된 흥분. 엄격한 자기 단속. 그리고 공허함. 그러고는? 그리고 또 뭐가 있는가? 미사가 막 끝이 났다. 나는 몽롱한 상태로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피곤했다. 어서 이 교회를 벗어나서 집으로, 왔던 모랫길을 되짚어 포부르나로 돌아가고 싶었다. 눈이 무겁게 내리 감겼다. 그런데 문득 무엇인가, 흐릿하게 풀린 내 시선을 붙잡는 것이 있었다. 유혹적이고도 당당한 그것. 그 놀라운 물체는 우리가 어지러운 꿈속에서 마주치게 되는 어떤 장소들과 닮아 보였다. 둘레에 베일이 쳐져 있어 안쪽이 들여다보이지 않고, 들여다보고 싶어도 가까이 가지 못하는 탓에 견딜 수 없는 갈망으로 소리 없이 비명을 내지르며 그 주위를 맴돌게 되는 그런 곳들 말이다.


비톨트 곰브로비치 '포르노그라피아'



포르노그라피는 느와르 혹은 일종의 전투다. 그것은 에로틱과는 다른 것이다. 그 행위 자체가 더 이상 관능을 포함하고 있지 않을 때, 미디어로 재생되는 포르노의 이미지들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난감해진다.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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