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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EMENTS

우리를 위한 셋 Three of Us 2014 나에게 페인팅은 잘 만들어진 이미지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사고를 응축하는 프로세스의 절정이며, 결정적인 순간들의 환희, 클라이막스 같은 것이다. 나는 여전히 마를렌 뒤마가 ‘페인팅은 전위가 아니라, 후위다’라고 이야기한 그녀의 자신감을 신뢰한다. 전위가 아니라 후위이기 때문에 좀 더 사색적이고 그만큼 복잡하고 깊이를 가질 수 있다고 믿는다. 내가 생각하는 페인팅은 미학적으로 완성된 스타일의 반복이 아니다. 끊임없이 사고를 재정립하는 조합과 해체의 과정이며 그것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지를 재구축 재편집하는 것은 언제부터인가 일종의 유행처럼 치부된다. 하지만, 이미지를 재구축하는 것은 사고를 재구축하는 것이다. 이미지의 영역은 결과의 영역이 아니라, 작업 안에서 과정의 .. 더보기
공백 空白 2006 자주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는 공백을 느낀다 정지된 순간에 파고드는 미묘한 감정선 환타지같은 그 순간을 포착하고 싶다 내가 말하는 공백은 완전히 무엇이 비어있다는 것보다는, 모든 것은 존재하는데 결계처럼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하는 것에 더 가깝다. 엄밀히 말하면 그 공백은 사이나 틈에 가깝다. 들뢰즈의 주름일수도 있다. 그것은 명확하게 나에게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단지 희미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 공백은, 내가 느끼는 순간, 존재하는 것이며, 시간이 정지한 것같은 그 순간에 나는 일종의 묘한 감정, 평온함, 혹은 슬픔, 애조를 느낀다. 나는 새로운 것을 보는 것은 아니다. 단지 무형의 어떤 것에 지배를 받는다. 오시이 마모루의 애니메이션에서 가끔 나오는 슬로우의 순간들. 뭔가를 보고 있으나, 다른 것을 .. 더보기
이탈리아식 오페라하우스 초안 2009 «'소돔120일‘은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의 영화 ’살로, 소돔의 120일‘에 영감을 주었다. 이 영화는 합의하지 않은 희생자들에게 가해지는 공포와 잔혹을 생생하게 그려 내고 있다. 이 영화가 지닌 예술적 가치와는 무관하게, ’살로, 소돔의 120일‘을 본다는 것은 관객에게는 일종의 사디즘적인 공격이 되어, 관객은 영화를 보는 동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합의한 희생자로 변모한다.» 에스텔라 V. 웰든, 사도마조히즘, 2002 관객이 사디즘에 공격되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관객이 합의한 희생자로 변모한다고 지적하지만, 사실은 동화를 통해 합의하지 않은 가해자, 공범자, 목격자로 전환된다. 관객이 느낄 수 있는 혐오감이나 죄의식은 희생자 혹은 피해자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이나 정서가 아니다. 희생자가 느꼈을 .. 더보기
망각 OBLIVION 2010 '위험한 관계 Dangerous Liaisons'의 발몽은 트루베 부인과 헤어지기 위해, 'It's beyond my control' 이라는 말을 반복한다. 안다. 세상 안에, 인간의 마음 안에 어쩔 수 없는 본능과 욕망으로 가득차 있다는 것은. 단지, 그것이 당당한 이유가 되지도, 시의적절한 변명이 아니라는 사실마저 잊어버릴 수는 없다.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시의부적절한’ 것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모든 것을 잊어버릴 수는 없다. 모든 것을 잊어버린다고, 모든 것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망각. 망각은 기억보다 항상 유혹적이고, 항상 쉽다. 사실이 진실에 가깝다는 믿음은 맹목적이다. 사실과 사실 사이를 상상한다. 틈에 숨겨진 맥락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드러나는 것들은 항상 모든 것의 1%.. 더보기
PORNOGRAPHY 포르노그라피 2007 나는 내 속에 도사린 어떤 괴물의 존재를 느꼈다. 그것은 나라는 존재를 빌려 그 어떤 일도 해치울 수 있을 전능한 괴물이었다. 메마른 자부심. 응고된 흥분. 엄격한 자기 단속. 그리고 공허함. 그러고는? 그리고 또 뭐가 있는가? 미사가 막 끝이 났다. 나는 몽롱한 상태로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피곤했다. 어서 이 교회를 벗어나서 집으로, 왔던 모랫길을 되짚어 포부르나로 돌아가고 싶었다. 눈이 무겁게 내리 감겼다. 그런데 문득 무엇인가, 흐릿하게 풀린 내 시선을 붙잡는 것이 있었다. 유혹적이고도 당당한 그것. 그 놀라운 물체는 우리가 어지러운 꿈속에서 마주치게 되는 어떤 장소들과 닮아 보였다. 둘레에 베일이 쳐져 있어 안쪽이 들여다보이지 않고, 들여다보고 싶어도 가까이 가지 못하는 탓에 견딜 수 없는 갈망으.. 더보기
ELIZABETH SHORT 엘리자베스 쇼트 2007 Seaching for Clues Ⅰ 쥘리엥 그린과 점심식사. 우리는 블랙 유머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그는 어떤 미국 일간지에서 읽은 그 잡보 기사를 인용한다. 센트럴 파크에서 강간, 살해당한 한 젊은 여자가 시체가 발견되었다. 그녀의 핸드백에 일기장이 들어 있었다. 그 전날 일기에서 그녀는 아무 일도 일어나는 법이 없는 자신의 무미건조한 생활을 한탄하고 있었다. 미셀 투르니에 '외면일기'중에서 Elizabeth Short (1927 ~ 1947) 엘라자베스 쇼트의 사건은 오히려 아주 명확하다. 그녀를 죽인 사람은 그것을 즐겼으며, 한 치의 실수가 없다. 범인은 그녀를 보관하고, 중요하고 보존가치가 있는 것을 우리와 다르게 생각한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내장이다. 거기에는 필연성이 존재한다. 그는 그녀의.. 더보기
JOEY STEFANO 조이 스테파노 2007 SEARCHING FOR CLUES Ⅱ 그보다 뒤늦게 나온 텍스트인 발정한 비너스에서 여주인공은 보다 총명하게 남창의 뚜쟁이 역할을 맡는다. 우연히 그녀는 열두 살 먹은 소년인 어린 "천사"를 얻는데 그녀는 그를 성의 세계에 입문시키고 정기적으로 이용하며 그런 다음에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남자들과 여자들에게 매춘을 시킨다. 그녀는 자신의 세자르가 모든 남편의 부인이 되고 모든 부인의 남편이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녀는 판매자와 상품, 지배자와 피지배자 모두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지배와 복종을 혼동하고 그것과 함께 성적 차이를 혼동하는 육감적 사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이다. 성적 차이가 확고한 관념이 되어가던 시대에 포르노그라피 텍스트와 여주인공들은 기이하게도 시대에 뒤떨어진 것처럼 보인다. 린 헌트 '포르.. 더보기
SALO : 주인의 비열한 규칙들 2009 «'소돔120일‘은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의 영화 ’살로, 소돔의 120일‘에 영감을 주었다. 이 영화는 합의하지 않은 희생자들에게 가해지는 공포와 잔혹을 생생하게 그려 내고 있다. 이 영화가 지닌 예술적 가치와는 무관하게, ’살로, 소돔의 120일‘을 본다는 것은 관객에게는 일종의 사디즘적인 공격이 되어, 관객은 영화를 보는 동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합의한 희생자로 변모한다.» 에스텔라 V. 웰든, 사도마조히즘, 2002 관객이 사디즘에 공격되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관객이 합의한 희생자로 변모한다고 지적하지만, 사실은 동화를 통해 합의하지 않은 가해자, 공범자, 목격자로 전환된다. 관객이 느낄 수 있는 혐오감이나 죄의식은 희생자 혹은 피해자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이나 정서가 아니다. 희생자가 느꼈을 .. 더보기
쾌락 PLEASURE 2009 양자역학에서 한 현상을 설명하는 데는 어느 범위 내에서는 입자의 측면에서 보고, 다른 범위 내에서는 파동의 측면에서 본다. 여러 물리적 양을 측정한 결과가 반드시 확정된 값을 가지는 것이 아니며, 서로 다른 여러 값이 각각 정해진 확률을 가지고 얻어진다고 이야기한다. 양자역학이 기본적으로 제시하는 룰은 불확정성의 원리(Uncertainty Principle)이다. 이런 전제 안에서 획득할 수 있는 진실은 오직 불확정적이라는 것이다. 쾌락과 죄의식, 불안과 공포, 죽음과 폭력은 상보적임과 동시에 대립적인 것이다. 작업을 통해서 계속적으로 드러내려고 하는 것은 지독한 의심 속의 불안, 불안의 쾌락, 죽음이나 폭력에 대한 공포, 공포에 대한 쾌락, 쾌락에 대한 죄의식, 죄의식에 대한 쾌락 뿐은 아니다. 그런 .. 더보기
Stage IV : 이탈리아식 오페라 하우스 2009 현대는 분명하게 극장 안의 극장, 무대안의 무대로 이루어져 있다. 극악스러운 행위와 음란한 행위도 직접적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미디어를 통해 여과된 형태의 간접경험은 대상들이나 행위들에 대한 왜곡된 쾌락을 장려한다. 반면, 이러한 경험들이 직접적인 경험으로 다가올 때, 그것을 접한 대상은 트라우마적 징후에 노출된다. 그것은 안전하지 않으며, 안전한 세상이 거짓임을 증명하는 단서가 된다.이탈리아식 오페라 하우스에는 배우들, 악단들, 일층에서 바라보는 관객들, 사적인 룸을 지니고 관찰하는 관객들 그리고 귀족과 평민을 나누는 관객석들이 있다. 이런 구조 안에는 관객을 관찰하는 관객이라는 독특한 지위가 발생한다. 스스로 관객이지만 그들은 다른 관객들을 관찰하는 쾌락을 얻기 위해서 오페라 하우스에 등장한다. 연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