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를 보면서 잡아내고자하는 것을 망각할 때가 많다. 내가 실제로 느끼는 관능은 이미 이미지 위에 있지 않다. 오히려 관능은 손으로 느낄 수 있는 신체의 표피와 그것을 접촉할 때 존재한다. 신체의 이미지를 볼 때마다, 혹은 그것을 재현할 때마다, 가장 쉽게 하는 실수는 그 보이는 표피의 이미지를 재현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결국 본인이 진정 원하는 것이 신체의 표피가 아니라는 것을 혼돈하곤 한다. 카메라를 통해 반사된 이미지에는 이미 관능이 휘젖고 난 뒤, 감정적으로는 소진된 감각만 남아 있을 뿐이며, 그 소진 이후에 남은 다른 감각만 남는다. 그것은 보통 흔적을 남기는데, 내가 포착할 수 있는 것은 그 흔적 뿐이다.


발목을 움켜싸는 손, 털 위에 머무는 햇빛, 욕정으로 가득찬 입속의 손, 혀 끝에서 만들어지는 정교함, 육체를 향해 밀려드는 빛... 그것들은 신체적 아름다움이 아니라, 신체가 발아시킨 아름다움에 대한 기억이다. 그것은 찰나에 가까우며, 시간의 감각이다. 시간의 감각을 평면에 잡아두려는 시도는 불가능한 향수이다. 하지만 그 불가능함이 행위 자체를 아름답게 만든다. 정교하게 추출된 흔적의 평면적 재현은 그 지점에서 관능적일 수 있다. 20151018


<우리를 위한 셋 THREE OF US>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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